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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꿍꿍이 많은 직장인 Feb 21. 2021

#32. 여기서 못 버티면 다른 데 서도 못 버틴다고?

'여기서 못 버티면 다른 데 가서도 못 버틴다'는 말에 대한 고찰

"야. 어디를 가던지 똑같아. 여기서 못 버티면 어딜 가서든 못 버텨."


누군가 퇴사를 한다고 하면 또 다른 누군가가 조언을 해준답시고 쉽게 하는 말이다. 퇴사나 이직을 고민하는 사람들은 미래는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과 더 힘들어지면 어떡하지 라는 두려움을 가지는데, 이 말은 그 갈등 사이에 들어가선 두려움을 좀 더 자극하곤 한다.


재밌는 건 한 번도 퇴사를 하거나 이직해본 경험이 없는 사람이 이런 얘기를 더 쉽게 한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 말은 '아무런 시도도 해보지 않은 사람이 타인을 위하는 것이 아닌 오롯이 자신을 위안하기 위해 하는 쓰레기 같은 조언'이라고 생각한다. 계속 남아있는 자신을 위한 말이지 변화하고자 도전하는 누군가에게 할 말은 아니다.


만약 어떤 선배가 저런 말을 조언이라고 해준다면 그 사람은 믿고 걸러도 좋을 것 같다.


1. 저런 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그 사람은 이미 당신의 어려움을 공감하지도 않는다는 것이고

2. 진심으로 당신을 도와줄 생각도 없다는 의미이며

3. 아무 근거도 논리도 없이 어디를 가던지 똑같다는 말을 쉽게 한다는 것은 자신이 발전할 가능성이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과 가까이한다는 것이 자신의 인생에 도움이 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타인은 나를 오롯이 이해할 수 없으니 조언은 구하되 결정은 자신이 하자. 그리고 누군가 힘들다고 찾아온다면 들어주고, 공감해 주고,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도와주자. 쓸데없는 충고만 하지 않아도 고민상담의 반은 성공한 것이다.


그래도 결론을 '결정은 각자가 알아서 하자'로 할 수는 없으니 '여기서 못 버티면 어딜 가서든 못 버텨'라는 말에 대나의 미천한 생각을 조금 더 얘기해 보려고 한다. 특히나 갈등이 많을 1~3년 차 직장인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이렇다.


1. 일이 힘들다면 조금 더 버텨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수 있다.

2. 사람이 힘들거나 회사 문화가 너무 힘들다면 가능한 한 빨리 벗어나는 것이 좋을 수 있다.


두 가지를 구분 짓는 기준은 개인환경이다. 일이 힘들다는 것은 자신을 발전시킴으로써 어느 정도는 개선될 여지가 있는 부분이고, 환경이 힘들다는 것은 개인의 노력으로 개선되기가 어려운 부분이다.


1. 일이 힘들 때는 그 일에 익숙하지 않음에서 오는 두려움이 큰 경우가 많다. 처음 한 번 두 번은 어렵지만 요령이 생기면 시간이 많이 단축되는 일이 대부분이다. 그 처음이 힘들다고 포기하는 것은 '어딜 가서든 못 버텨'라는 말에  해당될 가능성이 높다.  


신입은 보통 '능력'보다는 일을 하는 '태도'로 평가를 받을 때가 많은데, 힘들다고 반항하거나 힘들지만 일단은 해보려는 태도로 나뉜다. 어느 Case를 선택하든 용기가 필요한데, 처음부터 선을 긋겠다는 생각으로 선임에게 반항해 보려는 용기가 있다면 효과적으로 일을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을 물어보는 용기로 바꿔보는 것이 좀 더 현명한 처사일 가능성이 높다. 반항은 먼저 받아들여 보고 한 후에 해도 늦지 않다. 힘들지만 먼저 해봄으로써 오는 고통은 3일이지만, 해보지 않고 반항함으로써 오는 선임과의 불화는 3년지속될 수 있다.


또한, 어려운 일이나 짧은 시간 내에 많은 일을 해결해 본 경험은 개인의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 어려운 시간을 겪는 당시에는 세상이 원망스럽겠지만, 이겨내고 나면 그 원망이 세상과 맞설 수 있는 용기로 바뀌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그 '어려운 시기'를 버텨내 보는 것은 자신의 인생에 꽤 가치가 있을 수 있다.


2. 환경이 힘들다는 고통은 정말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공감하기가 어려운 부분이 많다. 회사에 대한 두려움으로 잠을 설치고, 너무나도 보기 싫은 그 사람을 다시 봐야 한다는 고통에 매일 아침 심장이 쿵쾅거리는 고통을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을까??


이 고통을 경험해본 사람은 힘들어서 회사를 그만두기보다는 이러다가는 정말 죽을 것 같아서 회사를 그만두는 것이다. 누군가가 이런 고통으로 상담을 요청한다면 '여기서 못 버티면 어딜 가서든 못 버텨'라는 잔인한 말은 하지 말자. 당신이 가볍게 한 그 말이 아직 미성숙한 누군가에게는 사형선고 같은 말로 들릴 수도 있다.   


회사 문화가 힘들고, 주변 사람이 힘들다면 가능한 빠르게 환경을 바꾸는 방법을 생각해 보는 것이 좋다. 환경이 극적으로 바뀔 가능성은 희박할뿐더러, 그 환경에서는 자신도 힘이 빠르게 빠지게 된다. 결국 나중에는 환경도 바꾸지 못하고 자신도 도망갈 힘이 남아있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 두 가지 모두 답안이라는 말이 아니다. 이 기준으로 당장 행동하라는 것이 아니라 그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어떻게 대응할지 생각을 해보자는 개념으로 이해를 하면 좋을 것 같다. 극단적인 선택은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때가 많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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