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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꿍꿍이 많은 직장인 Apr 12. 2020

#16. 열심히 일 할 필요가 없다고 느끼게 되는 순간

'노력' 그리고 '운'

직장 동료 담당 설비에서 사고가 났다.


주말 새벽에 일어난 일이라 아침 일찍 출근해서 사고내용을 파악하고 빨리 조치를 취했다. 토요일 하루 종일 고생하고 출근한 다음 주 월요일 아침, 동료가 맞이한 상황은 사고 보고서 제출 Order와 함께 징계위원회를 여느냐 마느냐 하는 소문이었다. 사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은 사고의 원인을 되돌아보고, 동일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경각심을 일깨울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합당한 Order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징계 위원회 소문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결론적으로 다행히 징계위원회는 열리지 않았다)



노력이나 성과가 운에 의해 평가된다면 열심히 할 필요가 없다


A라는 사람이 있다. A는 일 년 내내 열심히 했고, 꽤나 우수한 성과를 올렸다. 하지만 연말에 의도치 않게 설비 사고가 한 번 나버렸다. 회사생활은 결과로 판단되기에 자의든 타의든 사고가 난 것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는 것이 맞다. 하지만 그 사고 하나로 쌓아 놓은 성과가 모두 다 사라져야 한다면?? 충분히 A등급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쌓아놓은 성과가 사고 하나로 B등급이 되어야 한다면??


A는 원체 열심히 하는 사람이라 한 번 두 번은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더 열심히 하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일이 세 번 네 번 반복된다면?? 아마도 A는 굳이 잘할 필요가 없다고 느낄 것이다. 왜냐하면 열심히 해도 실수 한 번 하면 B등급을 맞을 것이고, 대충 해도 사고만 안 나면 B등급일 것이고, 사고가 난다고 한들 C는 잘 주지 않기에 B등급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나저러나 B등급일 가능성이 굉장히 높기 때문에 결론적으로 굳이 열심히 할 필요가 없게 된다.


B라는 사람이 있다. B는 적당히 일을 했고, 적당한 성과를 올렸다. 일은 적당히 하지만 이 사람은 처세술이 뛰어나서 팀장 눈에 들었다. 덕분에 윗 선에 작은 성과는 크게 보고가 되고, 큰 사고는 작게 보고가 된다. 대충 해도 인정을 크게 받고, 사고를 쳐도 어느 정도 무마할 수 있다면?? 이런 상황이 세 번, 네 번 반복된다면??


B 역시 굳이 잘할 필요가 없다고 느낄 것이다. 왜냐하면 적당히 해도 A를 받을 것이고, 사고가 나도 A를 받을 것이고, 사고가 안나도 A를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나저러나 A를 받을 가능성이 굉장히 높기 때문에 굳이 열심히 할 필요가 없게 된다.  


우리는 위 상황을 회사생활에서, 나아가서는 사회 전체에서 꽤나 많이 접할 수 있다. 누군가가 가지고 있는 환경이나 처세술 등 특정 능력은 사회생활에서 생각보다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 역시 그 사람의 운이고 능력이다. 그 가치를 폄하할 생각은 없다. 다만, 이런 상황에 대한 반전의 기회가 없다면, 그런 경험이 꽤나 많이 누적이 되었다면 어느 누구도 열심히 할 필요가 없게 된다.


기회의 공평함과 과정의 투명성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이런 이유이다. 어떤 이는 노력을 해도 결과가 그대로이고 어떤 이는 노력을 하지 않아도 결과가 좋다면, 둘 다 열심히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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