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새벽에 일어난 일이라 아침 일찍 출근해서 사고내용을 파악하고 빨리 조치를 취했다. 토요일 하루 종일 고생하고 출근한 다음 주 월요일 아침, 동료가 맞이한 상황은 사고 보고서 제출 Order와 함께 징계위원회를 여느냐 마느냐 하는 소문이었다. 사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은 사고의 원인을 되돌아보고, 동일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경각심을 일깨울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합당한 Order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징계 위원회 소문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결론적으로 다행히 징계위원회는 열리지 않았다)
노력이나 성과가 운에 의해 평가된다면 열심히 할 필요가 없다
A라는 사람이 있다. A는 일 년 내내 열심히 했고, 꽤나 우수한 성과를 올렸다. 하지만 연말에 의도치 않게 설비 사고가 한 번 나버렸다. 회사생활은 결과로 판단되기에 자의든 타의든 사고가 난 것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는 것이 맞다. 하지만 그 사고 하나로 쌓아 놓은 성과가 모두 다 사라져야 한다면?? 충분히 A등급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쌓아놓은 성과가 사고 하나로 B등급이 되어야 한다면??
A는 원체 열심히 하는 사람이라 한 번 두 번은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더 열심히 하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일이 세 번 네 번 반복된다면?? 아마도 A는 굳이 잘할 필요가 없다고 느낄 것이다. 왜냐하면 열심히 해도 실수 한 번 하면 B등급을 맞을 것이고, 대충 해도 사고만 안 나면 B등급일 것이고, 사고가 난다고 한들 C는 잘 주지 않기에 B등급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나저러나 B등급일 가능성이 굉장히 높기 때문에 결론적으로 굳이 열심히 할 필요가 없게 된다.
B라는 사람이 있다. B는 적당히 일을 했고, 적당한 성과를 올렸다. 일은 적당히 하지만 이 사람은 처세술이 뛰어나서 팀장 눈에 들었다. 덕분에 윗 선에 작은 성과는 크게 보고가 되고, 큰 사고는 작게 보고가 된다. 대충 해도 인정을 크게 받고, 사고를 쳐도 어느 정도 무마할 수 있다면?? 이런 상황이 세 번, 네 번 반복된다면??
B 역시 굳이 잘할 필요가 없다고 느낄 것이다. 왜냐하면 적당히 해도 A를 받을 것이고, 사고가 나도 A를 받을 것이고, 사고가 안나도 A를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나저러나 A를 받을 가능성이 굉장히 높기 때문에 굳이 열심히 할 필요가 없게 된다.
우리는 위 상황을 회사생활에서, 나아가서는 사회 전체에서 꽤나 많이 접할 수 있다. 누군가가 가지고 있는 환경이나 처세술 등 특정 능력은 사회생활에서 생각보다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 역시 그 사람의 운이고 능력이다. 그 가치를 폄하할 생각은 없다. 다만, 이런 상황에 대한 반전의 기회가 없다면, 그런 경험이 꽤나 많이 누적이 되었다면 어느 누구도 열심히 할 필요가 없게 된다.
기회의 공평함과 과정의 투명성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이런 이유이다. 어떤 이는 노력을 해도 결과가 그대로이고 어떤 이는 노력을 하지 않아도 결과가 좋다면, 둘 다 열심히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