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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ineVet Jan 04. 2019

영화로 풍성했던 2018년 돌아보기

163번의 극장 관람, 125편의 영화, 2018년도 BEST 16

서로 다른 영화 125편의 기록
극장 관람 163회의 기록

 2018년 한 해는 글쓴이에게 있어 뜻깊은 1년이었다. 대학 생활을 시작하는 한 해였고, 동시에 영화 관람 수가 폭증한 1년이었다. 사실 연초 1월 한 달 동안 미국에 가있느라 극장 관람을 예상만큼 많이 하지 못했다. 관람 편수 100편이 2017년에 세운 2018년 목표였는데, 사실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하려 그러면 되는 건지, 100편은 가볍게 넘겨버렸다.


 작년 한 해 동안 극장에서 영화를 본 횟수, 즉 N차 관람을 포함한 총횟수는 163회이다. 아마 <보헤미안 랩소디>를 싱어롱으로 6번씩이나 본 것이, 어쩌다가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를 4번씩이나 본 것이 영향을 끼치지 않았을까. 또 저 중에는 영화를 관람하지는 않았지만 쇼케이스에 참석했던 <동네사람들>의 기록도 남아있다. 그런 N차 관람과 영화를 보지 않은 경우를 제외하고 남는, 순수하게 서로 다른 영화 관람 편수는 총 125편이다. 월별로 살펴보았을 때, 한 달 동안 가장 많은 영화를 관람한 달은 9월이다. 총 18편의 서로 다른 영화를 관람했다.





2018년도 개인적 BEST 16을 포토카드로 정리했다.


 개인적으로 올해 가장 좋았던 영화 16편이다. 굳이 순위를 매기긴 했지만 큰 의미는 없다. 포토카드 앞면은 마음에 드는 일러스트로 꾸몄고, 뒷면은 CGV 포토티켓의 느낌을 살렸다. N차 관람을 몇 회 했는지, 별점은 몇 점인지, 그리고 나의 한줄평은 무엇인지 적어놓았다. 어떤 한줄평은 너무 힘주어 썼고, 어떤 것은 너무 느슨하게 썼다. 하지만 마음에 드는 한줄평도 종종 있다. 선정 기준은 당연히 '취향'이다. 물론 리스트에 워낙 다양한 영화가 샐러드처럼 섞여 있어 글쓴이의 취향이 의심스럽겠지만, 전부 극장에서 입 벌 리며 본 영화들이다.


 참고로 저 중에서 딱 세 편만 주위에 추천을 하라고 한다면 <쓰리 빌보드>,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를 꼽고 싶다. 셋의 공통점은 작품성이 뛰어나다는 것, 그리고 재밌다는 것이다. 먼저 <쓰리 빌보드>는 예술영화에 대한 편견을 깨기 좋다. 쉴 새 없이 주고받는 대사 속의 찰진 욕설들, 찰진 남부 사투리의 매력만으로도 신선하게 다가올 텐데, 연출과 거침없는 이야기 진행은 관객을 사로잡는다, 아니 극장 의자에 포박한다.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는 불쾌함 없이, 순수하게, 마음 편히 즐기기에 정말 좋은 영화이다. 연령과 성별, 인종에 상관없이. 일본 영화에 대한 편견을 깨기 좋기도 하다.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는 애니메이션의 강점을 최대치로 살려 연출에 날개를 달아준 영화이다. '애니는 애들용'이란 편견을 깨기에 좋을 뿐만 아니라, 짜릿하게 즐기는 맛이 넘치는 영화이다. 아이스크림으로 치자면 '슈팅 스타'처럼 톡톡 쏘는 매력이 있다.


 좋은 영화가 참 많았지만, 열심히 고르고 또 골라서 16편으로 추렸다. <레디 플레이어 원>,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 <리틀 포레스트>, <죄 많은 소녀>, <당갈>, <콰이어트 플레이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등등 아차상에 그쳤지만 좋은 영화들이 많다. 올해 2019년에도 좋은 영화들이 많길 기원한다. 특히 한국영화의 선방을 기대한다.




 '많이 볼수록 좋은 영화를 많이 만난다'. 확률적으로 당연한 이야기지만, 올해 진심으로 와 닿았다. 예를 들어 올해 굉장히 마음에 들었던 <쓰리 빌보드>만 생각하더라도, 작년의 나였으면 볼 엄두조차 못 냈을 것이다. <쓰리 빌보드>는 폭주 기관차처럼 밀고 나가는 각본과 연기로 2시간을 알차게 채우는데, 관객을 휘어잡는 힘이 굉장하다. 영화를 보면서 입을 다물기가 힘들었고, '카타르시스'가 뭔지 제대로 체감할 수 있었다. 이렇게도 좋은 영화를 만났다는 게 아직도 감사하다.

▲ <쓰리 빌보드> 스틸컷 ⓒ(주)이십세기폭스코리아


 영화를 '많이 보겠다'는 의무감에 상당히 다양한 영화를 챙겨봤다. <상류사회>처럼 실패한 영화부터 <뉴욕 라이브러리에서>처럼 3시간 반에 육박하는 다큐멘터리까지. 주위에 3시간 반짜리 다큐를 2번씩이나 봤다고 말하면 돌아오는 반응은 '그런 것도 보냐'며 신기한 모습으로 나를 쳐다본다. 다큐라는 장르가 흔히 '재미없는' 장르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다큐만큼 흥미로운 장르도 없다. <불편한 진실>처럼 주장을 설파하는 식의 다큐도 있고, <워낭소리>처럼 감동을 주는 다큐도 있고, <살아있는 지구>처럼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뉴욕 라이브러리에서>처럼 오로지 관조하기만 하는 다큐멘터리도 있다. 굉장히 다양한 성격과, 매력을 지닌 장르가 다큐멘터리이다. 왕빙의 8시간짜리 다큐 <사령혼: 죽은 넋>과 정성일 평론가의 다큐멘터리 <천당과 밤의 안개>를 놓친 것은 정말 아깝다.

▲ <뉴욕 라이브러리에서> 스틸컷 ⓒ영화사 진진


 비인기 장르의 매력을 찾는 것도 결국 여러 영화를 관람하면서 스스로 해낸 것이다. 직접 그 영화를 체험하고, GV에 참석하여 창작가 혹은 비평가의 견해를 탐구하는 그 재미, 영화 체험의 다양함을 추구할 때만 느낄 수 있는 쾌락이자 오락이다. 같은 영화더라도 '내가 느낀' 것과 '강연자가 느낀' 것은 분명히 다르다. 그 둘을 비교하고, 강연자의 해설 일부는 수용하고, 비판하기도 하고, 질문을 통해 비어있던 부분을 메꾸면서 나의 감상을 완성하는 것. 그 과정은 즐거움을 넘어 나에게 또 하나의 쾌락이다. 감상한 영화들이 나만의 영화로 내 안에서 재탄생되는, 그런 값진 산실을 맛볼 수 있다.

<버닝> GV 당시 사진. A열 정중앙이었다.


 영화를 가지고 글을 쓴다는 것은 참 어렵다. 당연히 진솔함이 최우선이다. 내가 느낀 것, 내가 생각하는 것을 솔직하게, 대신 격식 있게 글을 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격식'의 등장이 다소 당황스러울 수 있다. 여기서 격식을 언급한 까닭은, 그것이 영화 제작을 위해 노력한 분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진솔함을 중시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진솔함 없이 쓴 글은 그 사람의 글이 아니다. 그리고 글쓴이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진솔함 없이 쓴 글은 단 한 문장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또 글을 쓸 때 '표현'을 꽤나 신경 쓴다.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뉘앙스가 조사 하나로 돌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단어에 신경을 쓰게 된다. 읽는 사람이 어렵지 않으면서도, 글쓴이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정확하게 드러나는, 그러면서 현학적이지 않은 글을 쓰려면 단어가 중요하다. 가끔은 단어 하나 때문에 10분 동안 한 문장만 붙잡고 있을 때도 있다.

▲ <킬링 디어> 스틸컷. 각잡고 글을 써보려다 포기했던. ⓒ오드


 이렇게 길게 말했지만 영화를 보는 원초적인 이유는 '재미있기' 때문이다. 물론 글쓴이는 이 표현을 굉장히 조심해서 쓰는 편이다. '재미'라는 단어는 굉장히 애매한 단어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미쓰백>같은 영화가 마음에 들었어도 가정했을 때 주위에서 '재밌냐'라고 물어보면 선뜻 대답하기 어려운 것이랑 같은 맥락이다. 아동 학대를 다룬 영화가 '재미있다'라고 하면 그 누가 정상인으로 보겠는가. 그래서 나는 '재미있다'는 표현보다는 '좋았다'는 표현을 선호한다. 나아가, '좋았던' 영화 중 1순위를 꼽으라면 위에서 봤듯이 <퍼스트맨>을 뽑겠지만 '재미'라는 키워드를 중점으로 한다면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를 강력하게 추천한다.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이하 '카멈')는 전통적 스타일의 코미디 영화이다. 이 영화를 볼 때의 웃음은 박장대소이다. 사회를 비판하며 냉소 짓는 것도 아니고, 동정과 연민에서 비롯되는 해학의 미덕도 아닌, 본질적인 즐거움의 웃음이다. 그리고 그런 순수한 즐거움의 끝에, 그 과정들로부터 비롯된 진솔한 감동을 신파 없이 전달한다. 그것도 고스란히. 이 영화의 밝은 에너지를 떠올릴 때마다 자연스럽게 지어지는 내 입가의 미소.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바치는 따뜻한 헌사 같은 영화이다. 퐁! (이게 뭔지 궁금하다면 영화를 보시라.)

▲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스틸컷. ⓒ(주)디오시네마, (주)영화사 그램


2018년에 더 많은 영화를 이야기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사실 좀 더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욕심, 더 '길게' 쓰고 싶다는 욕심이 컸다. 그 욕심이 자라서 나에겐 '부담'이라는 두 글자로 다가왔고, 많은 글을 쓰지 못했다. 올해는 좀 더 진솔하게, 더 다양하게, 그리고 많이! 쓰는 것이 목표이다 :D


 2019년도, 영화롭게.





- CineV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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