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야기
나는 맑음을 좋아한다. 언젠가 독립출판물을 하나 읽은 적이 있는데, 그 책에서는 "밝음이 명암의 정도라면, 맑음은 투명의 정도다" 라는 구절이 있었다. 사실 오래된 기억이기 때문에 정확한 구절이 아닐 수도 있지만 맥락상으로는 밝음은 밝은 만큼 어두움도 깊게 나타지만, 맑음은 어두움도 투명하게 보여주다는 말이다.
그 말이 매우 감동이 있어서 마음에 담아두었는데, 유독 독일에 오니까 그 말을 많이 되새기는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독일의 겨울은 상당히 우울하기 때문이다.
우중충하고, 습하고, 툭하면 비 내린다. 그것도 비가 아주 기분 나쁘게 오는 그런 비....
"비온 뒤 맑음"이라는 말도 있듯이, 비가 온다는 것은 다시 갠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것은 하늘이 다시 맑아지다는 것인데 신기하게도 그 맑음은 정말 '순간'이다.
맑음이 '순간'이라면 삶에 드리운 어두움은 '일상'이다.
그렇다고 삶이 항상 어둡다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삶은 곧 '자신의 세계'를 설명하는 일이기에, 항상 어둡다고 한다면 그것이야 말로 비현실적인 말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순간적인 맑음은 오히려 좋을 지도 모르겠다. 한 순간이라고 말하지만 그 순간은 일회성이 아니다.
번개는 한 순간에 번쩍이지만, 단 한 번만 번쩍이지는 않는다. 조금의 시간이 지나면 다시 번쩍이는 것을 누구나 본다. 그런 것처럼 독일의 우중충한 계절은 우울함을 대변해줄 지는 모르지만, 아침의 순간적인 맑음은 우울함을 이겨내기에 충분한 정도의 빛을 준다.
다시금 돌아보는 맑음의 투명성은 항상 밝은 삶을 살 수 없는 인간에게, 지혜롭게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하는 듯하다.
하늘은 순간만 맑지만, 아침에 그 맑음을 보고 하루를 견디는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