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시선

삶이라는 어쩔 수 없는 호흡

by 권씀

다들 바닷가에서 기다릴 때에도 가장 큰 곳에서 작은 곳으로 스며들듯 향한 일밖에 없지. 그렇게 한참 내려가고있노라면 파도가 나인 양 꿈뻑꿈뻑했지. 헌 지느러미를 퍼덕이면 오늘의 운세를 알 수 있지. 가끔 물이 촘촘한 그물망처럼 고개를 딱 휘젓는 날. 그런 오늘의 날들은 검은 바위 밑으로 쉽게 숨어버리고는 해. 물의 온도는 언제나 이십도 안팎. 허파에 퍼런 물이 스미기엔 좋은 날씨지. 파랑이 사실은 가장 뜨겁다는 걸 넌 알고 있을까. 또는 가장 지겹다는 걸.


수면 가까이 올라 뻐끔이는 동안 꿈을 함께 뱉어내는 것들은 결국 언젠가 오를 수 없는 곳을 마주할 텐데. 우리는 모두 쉽게 꿈꾸고 쉽게 호흡을 뱉어내지. 백원으로 긁어낸 인생을 지닌 어느 취업불가 청년은 매일 기대감을 오물거리다 끈적이는 가래침처럼 허무함을 토로해. 그러고나선 고작 이천원짜리 싸구려 담배를 꼬나물어. 스물, 가장 삭막한 숫자의 개비들을.


우리에겐 왜 찢어진 지느러미밖에 주어지지 않는 거야. 우리는 매일을 잊고 매일을 잃어가. 삭아버린 비늘처럼 허무한 날들 그리고 삭은 바늘을 품은 목덜미엔 웃음이 하얗게 피어나는데 나는 호흡을 하지 하나 둘 그리고 셋 넷. 등에 달린 코에선 식은 물거품이 퐁퐁 피어올라 무지개를 그려. 그저 멀리서 보면 아득히 아름다울 그런 무지개를.


달이 뜰 시간이야. 숨을 죽이고 또 이 밤을 보내야겠지. 멀리서 보면 아득히 아름다울 보름달 아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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