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다 할 약속 하나 없이 집 앞 공터로 나가면
삼삼오오 모여있던 그 시절 우리들의 추억 위로
높다란 건물이 이제 빽빽하게 들어섰네
세월이 지나면서 꾸준해지는 건
나이를 뿐만 아니라 우리의 추억도 함께 먹고 있지
햇볕이 따사롭게 내리쬐는 손바닥 위로
데구르르 굴러다니던 작은 유리 구슬처럼
기억은 추억이 되어 점점 희미해져 가
토요일 4교시를 마치고 집으로 향하던 길
학교 앞 문방구에서 팔던 500원 짜리 컵 떡볶이 하나를
나눠 먹으며 어제 본 만화를 이야기하던 그 기억
우리의 추억은 저멀리 지평선 너머 희미해지고
이제 그 거리 그 시간 그 공간에 빽빽히 건물만 가득 차버렸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