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라는 말은 영 마음에 들지 않아
구제라는 게 구제 불능이라는 건 아니겠지
이 정도면 아직은 꽤 쓸만한데 말이야
뜨거운 물에 깨끗하게 싹 세탁한 우리들이지만
어딘가 비루하고 남루한 모양새에 손이 가다 말다
사람들은 한참을 그렇게 고르고 고르고 또 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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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나먼 타국에서 돈벌이하러 온 외노자도
가난한 형편에 새 신발을 살 여유가 없는 아이도
자신의 신발은 낡고 낡아 구멍나버린지 오래지만
돈을 아껴 반찬 하나를 더 사려는 중년의 여인도
눈길 한 번 주는가 싶다가 이내 다른 쪽으로 고개를 홱 돌리지
누구든 조금이라도 나은 신발을 찾고 있는데
구석으로 밀려나는 녀석들은 이번에도 김이 새버려
나 역시도 저 녀석들처럼 밀려나진 않을까 조바심을 내
뭐 별 수 없지 싶다가도
서글픈 마음에 괜히 신발코를 쓱 훔쳐보기도 하는데
눈길 한 번이라도 더 줬으면 좋겠어
우리들은 그전에 신었던 사람의 걸음새를 닮아서
한쪽으로 닳기도 하고 평평하게 닳기도 했지
그게 큰 문제는 아니다 싶다가도 불안해져
사람들은 원래 바닥을 세심히 보잖아
그게 출신 성분이라는 말이랑 통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저 하염없이 기다려
언젠간 날 저만치 위로 힘껏 들어올려
기쁜 마음으로 발걸음을 딛는 누군갈 생각하면서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