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짙은 한숨은
한 치 앞조차 가늠 못 하는
희뿌연 안개가 되어 내 두 눈을 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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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탓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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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둔해진 머릿속에는
온갖 망상들이 제각기 뛰어놀고
폐부 가득 습기가 차올라
기어코 이끼가 끼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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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스름한 새벽 안개처럼 청초하지도
흐르는 물 아래 깔린 자갈돌처럼 빛나지도
적당히라도 청초하거나 빛나지도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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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릿속이 이리된 까닭은
그래, 필시 안개 탓일 게다
다른 까닭은 없을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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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대 한숨을 가늠하지 않았더라면
함부로 그 깊이를 재지 않았더라면
농도 짙은 안개는 끼지 않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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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의 깊이만큼 안개는 짙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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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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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앞을 가리는 안개의 농도만큼
그대의 한숨이 덜어질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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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면 된 것이다
그걸로 충분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