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시선

바람에게

by 권씀

밖을 쏘다니던 바람이 창을 흔든다. 잠시 쉬어가려는 걸까. 살포시 연 창문 사이로 슬며시 들어온 바람은 집안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차가운 흔적을 남긴다. 그래, 바람은 온기가 필요한 거였어. 여름이 되어야 제 몸 가득히 뜨거움을 머금을 수 있는 바람에게 겨울은 너무나도 혹독한 계절일지도 모르지. 옆구리에 보듬고 온 냉기를 집 안의 온기와 맞바꾸는 것쯤이야 별일이 아니다. 가지는 것보다 내어주는 것이 때론 마음이 편한 일이니까. 소중하다고 생각해서 오랜 시간 품고 있다가는 그것이 슬며시 사라졌을 때 찾아오는 아쉬움은 더 큰 법이지. 그래. 내어주자. 온기를 내어주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바람이 헛헛해진 속을 든든히 채우고 푹 쉬었다 그렇게 다시 거리를 다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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