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시선

우동

by 권씀

영천역의 우동을 난 아직도 기억합니다

그때가 언제였을까요. 한창 말수가 많았던 때이니 대여섯 살 무렵인가 봅니다.

그날은 할아버지가 어린 시절 살았고 교직 생활을 처음 했다던 가상리라는 곳에 어머니 손을 잡고서 가던 날이었습니다.

그날은 참 눈이 많이도 내렸었지요. 집 근처 언덕배기에서 버스를 타고 한참을 달려 터미널에서 다시 시외버스를 탔었습니다. 영천역에 내려 가상리로 들어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 동안 우리 가족은 역으로 몸을 의탁했습니다. 눈이 참 많이 왔거든요.

추운 날엔 참 그렇습니다. 쌩쌩 부는 겨울바람을 피해 기름 난로가 켜진 역사 안으로 들어가면 얼마나 따뜻한지요. 사르르 몸이 녹아드는 느낌은 참 아련합니다. 꽁꽁 싸매도 꽁꽁 얼어붙어 버린 몸에 긴장이 풀리면 그제야 배가 고파집니다.

지금은 가격이 제법 올랐지요. 그때 눈 내리던 영천역에서 먹은 우동은 아마도 1,000원 남짓이었을 겁니다. 그 우동값이 비싸다고 어머니는 우동 두 그릇만 시켜 네 가족이 나눠 먹었습니다. 하얗고 통통한 면발을 삼킨 뒤 싸구려 분홍 어묵을 입에 물고서 입이 델까 싶어서 조심스레 국물을 마시면 몸 안에 난로가 켜진 것처럼 온기가 퍼졌었지요.

그 후로 매년 겨울 영천으로 향하는 길엔 우동이 함께 했습니다. 기다랗게 잘라놓은 유부와 진한 국물이 어우러진 우동은 멀미마저 멎게 했습니다. 어린 시절 가장 호화로우면서도 소박하고 차가운 날씨에 가장 따뜻한 음식이었지요.

이맘때쯤이면 영천역의 우동이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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