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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드름

by 권씀

부쩍 추워진 요즘이지만 주말이라고 마냥 집에만 있기엔 시간이 아쉬워서 밖을 다니곤 한다. 동지가 지났음에도 아직은 겨울이라 낮이 저녁에 비해 턱없이 짧게만 느껴지는데, 자투리 시간까지는 아니어도 가능한 시간을 쪼개 이곳저곳을 다니는 편이다.


일이 일인지라 평소에도 목조와 석조 문화재를 많이 보게 되는데, 용어들이 입에 붙는 일상어가 아니다 보니 볼 때마다 새롭게 느껴진다. 그래서 구조라던지 형태라던지 세세한 위치와 명칭을 볼 겸 해서 개방되어있는 고택에 들러 오후 시간을 보냈다.


한참 머무르다보니 어느새 해가 질 시간이 되었고 대청 끝에 걸쳐앉아 노을을 구경하다 처마 끝에 붙은 고드름을 보았다. 얼마 전에도 천막 끝 고드름을 봤지만, 오늘 본 고드름은 유독 이뻐보였다. 앙상한 나무 뒤 해가 지고 그 앞에는 빛을 받아 반짝이는 고드름이라니. 발품을 판 보람을 찾는 지점이 이 지점이라면 꽤나 소득을 올린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네모난 건물만 우후죽순 생기고 오랜 집 또는 고택들이 점점 사라지기에 처마라는 개념도 희박해지는데 이런 풍경들을 눈에 담고만 있기엔 아쉬운 마음이었다. 고드름을 볼 수 있는 계절도 이제 점점 숨을 죽이고 있는데, 다시 돌아올 계절이지만 순간을 남기고픈 마음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 같아 오늘도 기록을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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