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다정한 풍경

by 권씀

지난 밤엔 꿈자리가 뒤숭숭했다. 하나는 지인과 관련된 꿈, 다른 하나는 회사와 관련된 꿈. 사실 꿈이라는 게 꾸고 있을 때는 강렬해서 깨고 난 직후에는 비교적 선명하지만 반나절만 지나도 흐릿해진다. 다만 뒤숭숭한 꿈을 꾼 뒤의 여운은 기억보다 오래 가는지라 그럴 땐 좋아하는 풍경을 찾거나 편안한 음악을 듣곤 한다.


요즘은 사찰도 그렇고 일반 고택도 풍경 안 쇠막대가 없는 곳이 많아 바람이 이끄는대로 소리가 나는 곳이 드물다. 아쉽기도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바람 따라 소리가 울린다면 요란한 날에는 오죽 시끄러울까 싶기도 하다. 물론 그것 말고 다른 이유로 풍경 속 쇠막대를 제거한 곳도 있겠지만.


오늘은 그제, 어제보다 기온은 올라 산책을 하기에 적당했다. 어제 들렀던 곳에 한 번 더 가볼까 하다 다른 곳을 들렀다. 눈에 계속 익숙해지면 편안함을 얻지만 새로운 풍경을 찾기는 다소 힘드니까. 그렇게 오늘은 어디를 들를까 하다 풍경이 예쁘게 걸려있는 곳을 찾았다. 바람이 멈춰 풍경 소리가 들리진 않았지만 이 모습 또한 하나의 추억이 될 수 있겠다 싶었다. 비록 귀는 아쉬웠지만 눈은 오늘도 좋은 추억을 담을 수 있었다.


꿈자리가 시끄러워 밤새 몸을 뒤척인 오늘, 다정한 풍경을 보면서 마음을 또 놓아둔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고드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