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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운세

by 권씀

아이구. 어서 와요.


자. 여기 앉아보세요. 날이 아직 덜 풀려서 추운데 먼길 오셨네. 신년이라 오셨다 그죠. 궁금해할 게 뭘지 빤히 보이긴 하는데 한 번 이야기해 볼까요? 보자. 태어난 연도랑 일이랑 시랑 알고 있으신가요? 시간을 모르면 좀 그렇긴 한데 자 맞춰봅시다. 네. 급한 거 아니니까 천천히 물어보고 말해주세요. 물어보는 동안 우리 선생님이 궁금해하는 게 뭔지 이야기해 봅시다. 작년에 무척이나 고됬을 테고, 친구고 뭐고 간에 맺은 관계들이 좀 그랬을 것 같아. 공부하고 싶은 것도 있었을 텐데 관계 문제 때문에 집중을 하긴 어려웠을 거야. 그죠?


아. 답장 왔어요? 태어난 시가 묘시라. 하나씩 풀어봅시다. 선생님은 태어난 시가 하루를 여는 때라 호흡을 하고 활동을 시작하는 시간이에요. 천지의 문을 열기도 하지만 거꾸로 생각한다면 밤의 기운을 밀어내고 천지의 기운을 받는다는 의미이기도 해요. 여기서 말할 건 뭐냐. 밤의 기운을 밀어낸다는 건 아침에 용변을 보기에 딱이라는 거죠. 마찬가지로 하루의 시작점을 정갈하게 시작을 할 수 있다는 거예요. 근데 태어난 달이 이걸 좀 막고 있는 때예요. 그래서 소화불량도 좀 있을 것이고 소화불량이 있으면 두통도 자연스럽게 따라와. 기운이 뭔가 막혀있으니까 뭐가 되는가 하면 주변 관계도 막힐 수밖에 없다는 거예요. 내 말 무슨 말인지 알겠죠?


근데 이게 의도한 게 아니야. 안 그래요? 내가 그날 그 시간에 태어나려고 태어났냐 이거지. 그래서 이걸 보완을 하려면 이름이 완충 작용을 해야 하는데 선생님 이름이 보자. 보자. 무난한 이름인데 이런 사주에는 좀 더 명확한 게 필요할 것 같아요. 이름이란 게 불리기 편해야 하고 쓰기에 어렵지 않아야 하는 것도 있지만 말이에요. 아유. 그럼요. 당장에 이름을 바꾸라는 건 아니야. 그냥 생각을 해두라 이거지. 이름이란 게 또 확 바꾸면 그래요. 그죠. 부모님한테도 말해야 하고 또 일하는 사람들은 주변에 이름 바뀌었다고 말을 해야 하고 골치 아프죠. 그래요.


좋아하는 색깔이 있어요? 검은색 좋아하셔? 검은색 말고는? 주로 어두운 색을 좋아하는 거죠? 그럼 조금씩이라도 바꿔봅시다. 갑자기 색깔 쨍하게 바꾸면 주변 사람들이 더 놀라. 회색이나 베이지색정도면 무난하지 않겠어요? 그죠. 아유. 이름 바꾸는 것보다는 쉽지. 안 그래요? 그래도 사람이 어두운 색만 입고 다니다 좀 바뀌면 또 다르게 본다 이거죠. 관계라는 게 휩쓸릴 때도 있지만 내가 주도를 할 때도 있는 거거든. 우리 선생님은 그런 부분이 좀 아쉬운 게 있어요. 왜냐. 태어난 시도 괜찮고 사람이 활달한 성격이랑 배려심이 같이 있는 사람이라 충분히 내가 주도적으로 대화를 이끌 수 있고 관계도 대화랑 마찬가지로 할 수 있는 사람인데 그동안은 눈치만 보고 살았다 이거죠. 그러니까 이름은 좀 뒤에 두고 옷부터라도 밝게 입어보는 거 해보자는 거죠.


하나씩 바꿔나가면 좋아진다니까. 아유. 그럼 그럼. 또 이야기하고 픈 거 있어요? 없다고? 궁금한 건 다 해결이 됐고? 그래요. 또 힘들면 찾아와요. 아. 얼마냐고. 우린 현금 밖에 안 받아. 현금 3만 원. 다른 데 가면 이렇게 안 해주지. 내가 또 우리 선생님 보고 더 돈 쓰라곤 안 해. 손금이랑 관상까지 보면 5만 원에 해드릴게. 아. 그냥 가겠다고. 그래요. 신년에 파이팅 하시고. 이름 바꾸실 거면 또 찾아오시고. 단골 할인 해드릴게. 조심히 잘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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