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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씀 Apr 20. 2023

솟대

그 옛날 솟대를 들고 가던 이들은

마을 곳곳에서 들려오는 악기 소리를 들으며

부락의 어귀 어드메 서있던 장승 옆

참 가지런히도 세웠더랬지


부락의 어귀 머물러있던 길손의 발걸음은

솟대 위 바스라진 나무새의 부리처럼

바스스 기억 저편으로 넘어가버렸고


천하대장군 지하여장군 나란히 서있던

부락의 경계는 어느새 무뎌지고

그 자리엔 무너진 돌탑이 웅크리고 있네


봄을 지나면 바짓단을 동동 올려

거머리와 각다귀 정돈 가볍게 여기며

논 그득히 물을 채우고 땀을 흘리던 이들은

어느새 하얀 바람이 머리맡에 머물러

지나버린 옛일을 되새김질하는데


장승 둘 곧게 서있던 마을 어귀엔

기울어가는 솟대만 덩그러니 남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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