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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씀 Jul 05. 2023

바다는 아무 말이 없네

아무런 말이 없네.


뭍에 있던 사람들은 무어가 그리 버거운 건지 저마다의 사연을 품에 안고 등에 지고 넘어와 애먼 바다에 던져댄다. 무언의 외침을 바다에 참방참방 던져대는 게 허가가 필요한 건 아님에도, 딱히 좋아뵈는 모양새는 아닌지라 끙 소리 엄하게 내뱉곤 바다는 그걸 또 받아주지. 사는 것에 바등바등댈 것 없다며 몸부림치는 저마다의 사연을 누가 볼새라 모래 사장 파헤쳐 묻어두는데 또 그마저도 품어대는 건 바다 뿐이라 언제나 토악질을 할 듯 침을 꿀꺽 삼켜내지.


그래서인가.


바다는 내뱉고 싶은 말이 많아도 말을 삼켜내네. 종종 울컥하곤 하지만 그마저도 잠시 잠시일 뿐.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 제 덩치를 불리는 게 사람들은 바다라 여기며 때로 모진 원망을 쏘아대지만 글쎄 그건 보다못한 바람의 분풀이는 아닐런지. 바람이 떠밀어 크게 파도를 일으키고 나면 바다는 괜한 민망함에 잠자코 있는데 에라 이 때다 싶어 또 사람들은 욕짓거리를 저마다의 사연 풀어내듯 토해내네. 바다라고 사연 없을까. 바다라고 말을 아끼고만 싶을까. 허나 바다는 아무 말이 없네.


늘 그랬듯.

늘 그렇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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