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일상 시선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권씀 Jul 07. 2023

Pain

비가 와


목적지도 없이 방향 없는 발걸음을 떼지

어쩌면 비에 젖어 한없이 허물어져가는 폐지

같기도 하지만 이미 젖은 발걸음을 되돌릴 생각은 없지


며칠 동안 지겹게도 햇볕이 등을 두드려댔지

가끔은 어지러울 정도로 말이야

 

질척거리는 것엔 어느 정도 적응을 했다고 자부를 해왔지만

도무지 이유를 알 수 없는 재촉에 나는 이만저만이 아니었지


벼랑 끝으로 밀리고 밀려 끝끝내 침묵의 강으로 향하면

그 앞에선 나는 길을 잃은 어린 양이 될 수 밖에 없었네


고통이란 감옥에 갇힌 나의 몸은

마치 미로 속에서 길을 잃은 동그란 돔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았지

인내의 시간 끝 Forgive할 생각도 없었지


함부로 내뱉는 혀 끝에 채인 삶은 쉽지가 않아

몇 번이고 할퀴어져 깊게 패인 마음에 꽃을 피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쳇바퀴 굴리듯 하곤 했지

그런 생각이 날 여기까지 이끌고 온 하나의 체인이었네


내 자신을 담금질하며 수없이 흘렸던 굵은 땀은

지독한 시간을 한 땀 한 땀 기웠던 박음질이었네


드디어

흙냄새가 섞인 비가 어깨 위로 내려앉아


쏟아지는 빗줄기를 온몸으로 받아내며

빛줄기에 따가웠던 등덜미의 기억을 지워


가로막히던 것들은 새로 시작하면 그만이야

고통의 시간을 버텨내고 보통의 삶을 생각하네


Pain

Pain

Pain

매거진의 이전글 바다는 아무 말이 없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