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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씀 Nov 16. 2023

빛이 쉬는 풍경

그제는 구름이 머무른다고 하였고 

어제는 빛이 한참이나 머물렀다


쉴 새 없이 거리를 쏘다닌 빛줄기는

발등에 걸린 비척거리는 그림자를

차마 밀치지도 내치지도 못하고  

낡디낡은 기와 위 자리 잡았다


한데 모여 재잘거리던 이끼는

빛의 고단한 숨소리 아래 대화를 멈추고 

괜히 기왓골 틈새로 숨어든다


그 바람에 느직이 누워있던 수키와는 

덜그럭 소리를 내며 괜한 심통을 부려보는데

용마루 위 자리 잡은 빛을 보고서

슬그머니 제자리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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