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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씀 Jan 03. 2024

달빛 사냥꾼 #10

10화 : 복수의 밤

빨간 조명이 넘실대는 F그룹의 호텔 지하. 몇 달 전과 마찬가지로 나체의 여인들은 정부의 고위 관료들 사이를 미끄러지듯 움직이고 있었다.     


"햐..!!이 맛에 권력을 잡는 거지. 안 그렇소"     


"맞습니다. 어이 얘는 별룬데..? 너 말고 다른 애가 이리 와서 해봐. 내 물건이 반응을 하지 않잖어?"     


"오늘 너희 각하 잘 모셔야 한다.. 응??"     


"네. 원장님."     


  다 늙어가는 이들을 위한 공간은 여전했다. 환락과 교성이 넘치는 지하는 점점 붉어지고 있었다.     


"그나저나 말이야.. 그 사냥꾼은 왜 그랬을까.. 응??"     


"아.. 그 사냥꾼 말이죠... 뭐 별거 있겠습니까. 못 가진 놈이 가진 놈을 샘냈던 거겠죠 뭐."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한방에 다 가져보고 싶었던 모양인데.. 뭐 그리 호락호락합니까?"     


"흐음.. 그렇단 말이지.. 근데 왜 사라진 걸까...??"     


"아이고.. 각하.. 신경 쓰지 마십시오.. 하하. 그 덕에 이곳을 평생 각하가 가질 수 있게 된 것 아닙니까?"     


"그렇지? 아이고.. 이 놈이 죽었네. 좀 잘해봐라. 이 아가씨 말고 다른 아가씨!! 그래 거기.. 너 일로 와. 그래 옳지.. 하이고 살살 녹는구먼.!!!"     


현대판 주지육림이 호텔 지하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부타 타타타 타타 탓!!!!!!!!!     


  달빛 조각을 수거하기 위해 그물망을 설치한 헬기 여러 대가 공중을 누비고 있었다. 아찔하게 반짝이는 달빛 조각들은 그물망에 포획되었고, 헬기 소리만이 채우는 달밤은 점점 깊어갔다.     


쉬—익 타닥!!!! 탕!!! 탕!!!!!!


"윽!!! 컥!!!"     


"각하를 보호해라!!!!" 


  슬며시 열리는 문 사이로 시뻘건 눈빛의 오씨가 서 있었다.     


"저.. 저놈이 왜..!!!! "     


탕!! 타당!!!!     


  내실에서 먼저 쓰러진 건 국정원장이었다. 명사 사냥꾼이었던 오씨는 도망을 피려다 멈칫하는 경찰청장을 향해 재빠르게 총구를 겨냥했다.      


탕!!!      


  경찰청장은 한 발이면 족했다. 오씨가 그다음으로 겨냥한 건 대통령이었다.     


"자.. 자네 왜 이러는가. 나 대통령일세. 자네에게 큰 자리를 약속한..!! 응...?? 사.. 살려주시오.. 부디.... 윽...!!!"     


  대통령은 오씨가 휘두른 개머리판에 정신을 잃고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하...크큭...그 때 복수하는 거요..?? 재미있네... 큭.. 야이 병신아.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아..??"


"알 것 없고... 이 순간을 난 기다려왔다.. 네 놈을 마주하는 순간을.. 기다려왔다... 지옥으로 떨어지길 빈다.."     


  철컥!!     


  오씨의 손이 파르르르 떨리고 있었다. 복수심에 불타올라서였을까. 연이가 생각 나서였을까. 정 회장은 오씨가 멈칫하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주머니 속의 비상벨을 눌렀다.     


삐—     

쿵. 쿵. 쿵. 쿵!!!!!!     

벌컥!!!!!     




문을 열고 나타난 이는 총을 든 진우였다.  

   

"왔군. 크큭..진우아. 저 놈을 죽여라."     


탕..!!! 털썩!     


"윽.....!! 어째서... 날....."     


  어깨를 잡고서 쓰러진 건 정 회장이었다.


"오 선생님, 얼른 피하시지요. 이곳에 정 회장이 깔아 놓은  놈들이 많습니다. 어서요."     


"난 저... 저 놈을 죽여야 돼. 자네 마음은 고맙지만 말이야. 나는 저 놈을 죽여야 해."     


"그 마음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피하는 게 우선입니다. 저자는 제가 어떻게든 오 선생님 앞에 데려다 놓을 테니..."     


  오씨는 충혈된 눈으로 진우와 함께 호텔을 빠져나갔다.     



     

"각하!! 괜찮으십니까???!!!"     


"우응... 끄으.. 여기가 어딘가.."     


"대국 병원입니다. 목 뒤쪽을 다치셔서 모셔왔습니다. 불편한 곳은 없으십니까?     


"휴... 괜찮네. 별일 없는가??"     


"그게.. 참.. 뭐라 말씀드려야 할지.. 정춘기 회장은 사라지고 국정원장과 경찰청장은 현장에서 즉사했습니다."     


"아니 그거 말고.. 달빛 조각 말일세"


"아..!! 전량 회수했습니다!!"     


"그래... 비서실장 오라고 해."     


"네. 각하"     


  하루 뒤 정부 대변인의 발표가 있었다.     


"괴한의 습격으로 인해 국정원장 및 경찰청장은 즉사했으며, 달빛 프로젝트의 후원인인 F그룹 정춘기 회장의 흔적은 사라졌습니다. 대통령께서는 이에 전력을 다해 실종자를 찾을 것이며, 현장에서 취득한 달빛 조각의 전시는 무기한으로 연기하시기로 결정을 하셨습니다."     


삐—빅!!     


"휴!! 과연 대통령이 자넬.. 아니 우릴 찾을 수 있을까..?? 자넨 어떻게 생각하나?"     


  붉은 달빛이 차오르는 밤, 지리산의 오두막 안에는 포박된 춘기와 오씨 그리고 진우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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