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드는 자리는
늘 메마른 흙이었다
입술로 흙을 핥듯
물을 모으던 뿌리는
말없이 땅을 파고들었고
비 오는 날엔
묵묵히 몸을 접었다 펴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속을 채운 뒤에야
가늘고 푸른 숨을 드러냈다
짧은 잎 긴 기다림 위에
꽃은 조용히 둥글어졌다
누가 보아주지 않아도
너는 네 방식으로 피어나고
너를 감싼 꽃들마저
작고 투명한 별이 되어
저마다 제자리에서 빛을 냈다
잎은 곧 시들고
뿌리는 다음 계절을 준비한다지만
지금 이 순간
흙과 바람 사이
너는 가장 너답게 흔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