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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 시선

파꽃

by 권씀

바람이 드는 자리는

늘 메마른 흙이었다


입술로 흙을 핥듯

물을 모으던 뿌리는

말없이 땅을 파고들었고

비 오는 날엔

묵묵히 몸을 접었다 펴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속을 채운 뒤에야

가늘고 푸른 숨을 드러냈다

짧은 잎 긴 기다림 위에

꽃은 조용히 둥글어졌다


누가 보아주지 않아도

너는 네 방식으로 피어나고

너를 감싼 꽃들마저

작고 투명한 별이 되어

저마다 제자리에서 빛을 냈다


잎은 곧 시들고

뿌리는 다음 계절을 준비한다지만

지금 이 순간

흙과 바람 사이

너는 가장 너답게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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