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을 쓰지 않았다
젖는 일은 오래전부터
그리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
창틀에 부딪힌 물방울이
규칙도 없이 흩어지고
고인 물 위엔
덜 여문 하늘이 뒤집힌다
누군가는 뛰고
누군가는 멈춘다
나는 그 둘 중
어느 쪽도 아니다
비가 오고 있다는 사실이
어떤 감정도 끌어내지 않을 때가 있다
그저 비가 올 뿐이다
소리는 땅을 두드리고
나는 그 소리를 듣는다
이유 없이
글장이가 아닌 글쟁이의 삶을 연모하며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