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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 시선

파도는 안다

by 권씀

마음에 감정이 휘몰아치면

나는 늘 바다를 떠올린다


구름은 낮게 깔리고

빛은 한 점도 머무르지 않는다

파도는 그날따라

조금 더 깊다


그건 단지

바람 때문만은 아니다


물결은 마음을 닮았다

손에 잡히지 않고

가만두면

넘쳐 흐른다


말하지 않아도

파도는 안다


무너진 속이

얼마나 오래 그 자리에 있었는지

무너진 틈 사이

무엇이 자라고 있었는지


나는 그저

바다 앞에 서 있을 뿐인데

물은 자꾸 나를 밀어낸다


괜찮냐고

아직도 그 안에 그대로냐고

아무 말 없이 묻는다


그리고 잠시

모든 소리가

사라지는 순간


나는

내 안의 파도를

비로소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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