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감정이 휘몰아치면
나는 늘 바다를 떠올린다
구름은 낮게 깔리고
빛은 한 점도 머무르지 않는다
파도는 그날따라
조금 더 깊다
그건 단지
바람 때문만은 아니다
물결은 마음을 닮았다
손에 잡히지 않고
가만두면
넘쳐 흐른다
말하지 않아도
파도는 안다
무너진 속이
얼마나 오래 그 자리에 있었는지
무너진 틈 사이
무엇이 자라고 있었는지
나는 그저
바다 앞에 서 있을 뿐인데
물은 자꾸 나를 밀어낸다
괜찮냐고
아직도 그 안에 그대로냐고
아무 말 없이 묻는다
그리고 잠시
모든 소리가
사라지는 순간
나는
내 안의 파도를
비로소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