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아닌 몸살에
밤새 뒤척인 너를 보며
나는 생각했다
세상살이라는 게
결국 견디는 일이구나
어른이 되면
의젓해질 줄 알았지
그런 줄로만 알았지
아무 말도 못 하고
그저 이불을 고쳐주는 일밖에
나는 해줄 수 없었다
죽 한술 떠보라는 말에
네가 겨우 꺼낸 건
괜찮다는 말
그 말이 얼마나 힘든 건지
나는 알지 아무렴
계절을 닮고 싶다던 너는
계절이 아플 때마다
따라 아팠다
봄이 오기 전에도
가을이 가기 전에도
몸은 먼저 알아챘다
너는 지금도
세상살이라는 몸살을 앓고 있다
나는 그냥 네 옆에
따뜻한 물 한 잔처럼 머무를테니
다 낫고 나면 슬쩍 미소를 머금어도
꽤 괜찮은 일일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