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낮아진 하늘에 흩어지고
빛은 담장 위에서 금세 사라진다
짧은 계절이 남기고 간 흔적은
발자국마다 고요히 쌓여간다
골목 끝에 부서진 낙엽은
말 없는 기록처럼 바스락거리고
스쳐가는 바람은
잊은 줄 알았던 시간을 깨운다
나는 그 고요를 지나며
차가운 공기에 젖은 기억들을
한 줌씩 안아 올린다
결코 가볍지 않은 마음이
길 위에 길게 드리운다
이별의 시간을 알지 못한 채
헤어진 이에게는
가을이 무척이나 슬픈 계절이다
글장이가 아닌 글쟁이의 삶을 연모하며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