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시선

알지 못한 시간

by 권씀

바람은 낮아진 하늘에 흩어지고

빛은 담장 위에서 금세 사라진다

짧은 계절이 남기고 간 흔적은

발자국마다 고요히 쌓여간다


골목 끝에 부서진 낙엽은

말 없는 기록처럼 바스락거리고

스쳐가는 바람은

잊은 줄 알았던 시간을 깨운다


나는 그 고요를 지나며

차가운 공기에 젖은 기억들을

한 줌씩 안아 올린다


결코 가볍지 않은 마음이

길 위에 길게 드리운다


이별의 시간을 알지 못한 채

헤어진 이에게는

가을이 무척이나 슬픈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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