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시선

길가에 피어난 것

by 권씀

나는 네 이름을 몰라

길가에 피어 있었지


아침 이슬이 스쳐도

너는 가만히 웃고 있었어


햇살은 너의 어깨에 머물다

금빛 조각으로 흩어졌고

지나가던 발자국 소리조차

끝내 너를 흔들 수 없었지


바람이 불면

너는 끝없이 떨렸고

그 떨림 속에서

나는 오래 멈추어 섰어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사이

계절은 조금씩 무너지고

하늘은 더욱 깊어졌지

그 깊은 푸름 속에서

너는 멀리 투명하게 빛나고 있었어


조금은 슬펐고

조금은 예뻤어

그 모순 속에서

너는 계속 흔들리고 있었지


사라질까 두려운 순간마다

더 크게 피어났고

흩어질까 두려운 마음마다

더 고요히 웃고 있었어


나는 네 이름을 몰라

그러나 네가 남긴 떨림은

가을의 노래가 되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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