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나는 시를 써야 합니다. 슬프게도.
시는 도대체가 쓸모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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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팔아 밥 꼬박꼬박 잘 먹는 이
그럴듯한 옷을 사다 걸쳐 입는 이
과연 몇이나 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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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는 건 말이지요
거미가 실을 뽑듯이 나오는 게 아니라
온종일 골머리를 썩이고 있어야 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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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듯하게 어려운 말을 적당히 나열해서
의미 부여는 읽는 사람들이 알아서 하세요
툭 던져 놓고서 이래도 저래도 그만입니다
제 팔을 제가 흔드는 거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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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나는 시를 써야 합니다
빌어먹을지언정 시를 써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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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이 시라는 것을 써야
내가 살아있음을 알게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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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같잖은 존재에 대해 자각을 하기 위해서라도
나는 이 빌어먹을 쓸모없는 시를 써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