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시선

사탕 상자

by 권씀

어릴 적 외갓집에 놀러 가면 보았던 자그마한 사탕 상자


자식들 시집 장가보내고 늘그막에 손님이라곤

그저 동네 사람들뿐이었던 노부부에게

손자 손녀들은 사랑방 손님이 따로 없었다


사랑방이라고 하기엔 참 아늑했던 안방

안방에 딸린 다락을 열어젖히면 사탕 상자가 늠름하게 있었고

그 안에는 사탕뿐만이 아니라 고급 과자도 꽤 들어 있었다


외갓집 다락에 늠름히 자리 잡고 있던 사탕 상자는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한참을 아궁이 앞에서 서성이다

그것도 유품이라고 우리 집구석으로 피신해왔다


늠름하게 보였던 사탕 상자는

눈칫밥을 먹는 것 마냥 그 덩치가 작아져 있었고

사탕을 그득하게 담고 있던 과거의 영광은 멀리하고

바늘과 실 쪽가위를 담는 수납 상자가 되었다


어찌 됐든 제 몫을 하고 있으니 다행인 걸까

아니면 사탕 상자도 먼 길 떠난 사람들을 그리워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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