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시선

사내

by 권씀

길고양이처럼 남루한 옷차림의 사내는

웅크리고 손을 내밀고 있다

손끝에 닿을 듯이 놓인 플라스틱 바구니 안에는

동전 몇 푼과 색이 바래버린 분홍빛의 지폐 한 장이

사내처럼 웅크리고 있다

건너편 지하철 계단에 있는 다른 사내는

몇 번 씹으면 단물이 빠지는 껌이라도 팔고 있건만

그마저도 여력이 되지 않는 사내는 그저 웅크리고만 있다

오가는 이들의 발걸음은

떠오르는 해의 걸음을 따라 분주해지고 있지만

사내의 바구니에는 저무는 해처럼 기력이 없다

사내는 오늘도 꿈을 꾼다

떠오르는 해처럼 사람들의 분주한 발걸음처럼 밝았던

지난날의 자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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