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이 있는 풍경을 그린다
빨갛게 달아올라 낮을 채운 해가
조금씩 식어 거무스름해질 때
주어진 시간을 빠듯하게 채운 이들은
지친 발걸음을 이끌고 집으로 향한다
누군가가 가지는 저녁을
누군가는 땀으로 채우기도
누군가는 담배연기로 채우기도 한다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건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것이 아니어서
가끔은 참 고마울 때가 있다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조금씩 허물어지고
그림자마저 작아질 때
비로소 소중함을 깨닫는다
가스레인지에 올려둔 압력밥솥이 달아오르고
냄비에 넣어둔 개개의 것들이 끓어오르는 시간
흔하게 보고 지나쳐와 버린
이제는 머나먼 이국에 있는 것이 되어버린
저녁이 있는 풍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