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서럽게 부는 날이면
문간방 문살에 얇게 바른 문풍지에서는 울음소리가 났다
끼익 거리는 대문 옆에 달린 작은 문간방
거기에 사는 나이 지긋한 이를
사람들은 행랑아범이라고 불렀다
행랑아범은 굴러다니는 벼 이삭도
밭에 세워둔 야트막한 울타리들도
좀처럼 허투루 쓰는 법이 없었다
행랑아범은 가을걷이가 끝나면
논바닥에 내팽개쳐진 이삭을 주어다
알갱이들을 털고서는 짚을 꼬아 닭알을 싸곤 했고
허리에 줄을 매어
마당을 쓸 싸리비를 만드는
행랑아범의 손은 항상 퉁퉁 부어있었다
그 언젠가 뒷산에서 나무를 베어다
가로 세로로 촘촘하게 만든 문살에는
아이들 장난으로 구멍 뚫린 문풍지가
오가는 바람결에 몹시 흔들리던 날이 있었다
밀가루 풀을 쑤어 문풍지에 덕지덕지 칠해
문살에 덧바르는 행랑아범의 손은
그새 말라버린 밀가루 풀이 햇살을 받아
별처럼 반짝이곤 했다
마을 사람들은 행랑아범을 제 집에 종놈 부리듯 했다
이렇다 할 품삯 없이 오라고 하면 오고
저렇다 할 인사 없이 가라고 하면 가던
행랑아범은 늘 웃음기 없는 얼굴이었다
바람이 서럽게 우는 날이면
문간방에 살던 행랑아범은 눈물을 짓곤 했다
문간방의 문살이 되기 전의 나무가
원래 있던 뒷산 너머에는
행랑아범이 두고 온 고향이 있었다
행랑아범이 베어 온 그 나무는
행랑아범 그 자신이었을지도 모른다
아이들이 장난 삼아 구멍을 내기도 하고
마을 사람들이 종놈처럼 취급하기도 하는
정처가 없어 겨우 남의 집 문간방에 사는
행랑아범은 겨울바람에 숨어 울었다
겨울바람에 이리저리 치이면서 우는 문풍지처럼
그렇게 알아주는 이 없이 서럽게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