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멀리 남쪽엔 벌써부터 꽃이 핀답니다. 이렇게 또 봄이 오는가 봅니다. 참 그렇습니다. 꽃이 피고 지는 것에 따라 사람 마음은 왜이리도 일렁이는지요. 사람 마음은 아마도 철따라 피고 지는 꽃같은가 봅니다. 봄이 오면 꽃내음이 사방에 퍼지는데 괜한 심술이 나서 가만히 있는 꽃을 꺾기도 합니다. 꽃이라고 어찌 아프지 않을까요. 아름답게 꾸밀 수 있는 꽃잎은 흐드러지게 펴서 몸단장을 하지만 제 입은 가지지 못해 그저 허리가 꺾이고 모가지를 떼여도 아무 말 못하고 꽃잎 우수수 떨어뜨린 채로 서있지요.
벌써 봄입니다. 철마다 피는 꽃은 참 곱지만 계절의 끄트머리엔 주름진 채로 해질녘 산등성이를 바라보며 지지요. 사람은 꽃이 아니라서 피고 지는 것도 없지만 그렇다고 아름답지 않은 것도 아닙니다. 꽃이 한때의 아름다움이라면 사람은 사시사철의 아름다움 아니겠습니까.
바야흐로 봄입니다. 기지개를 켜고 함박웃음 지을 그런 봄입니다. 만물이 용수철마냥 솟아오르는 때이지요. 솟아오르는 설렘 안고 봄을 만끽하십시오. 그래도 좋은 계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