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시선

고등어 굽는 냄새

by 권씀

해와 달이 교차하는 어스름 저녁 무렵

고등어 굽는 냄새가 바람타고 온 동네를 누빈다


모든 음식에는 제각각의 사연이 있다지만

허기가 지는 저녁에는 그런 사연일랑은 접어두고

오늘은 그저 굶주림을 채워넣기에 바쁘다


"야야, 천천히 먹어라. 뭐가 그리 급하노."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하는 어머니의 목소리엔

서른을 훌쩍 넘긴 아들에 대한 걱정이 담겨있다


하루라는 건 보내는 것이 아닌 버티는 것으로 바꼈고

오늘 하루 잘 보내세요라는 진부한 인삿말 속엔

당신도 나도 오늘 하루 잘 지내봅시다라는 약속이 되었다


해는 지고 져서 그 종적을 감추고

달은 뜨고 떠서 그 자취가 찬란한 오늘의 저녁


오랜 시간 알고 지내

내게는 너무나도 익숙해져버린

고등어 굽는 냄새가 온 동네를 누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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