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 오후
안개의 무릎팍 아래 도시가 온통 잠겨있다
발길을 내딛어보아도 눈앞은 흐리멍텅하기만 할 뿐
이래서는 도저히 앞으로 향할 수가 없다
간신히 돌아보니 카페가 있다
요새 카페는 어지간하면 자동문인데
이 카페는 여전히 과거를 탐미하고 있나보다
'당기시오'라고 적힌 걸 무시하고 밀고 들어가본다
끼-익
묵직한 거부감없이 나무문은 나를 맞이하고
흡사 밤거리의 조명처럼 깜빡이는 카페 한 구석
더치를 내리고 있는 카페 주인이 반긴다
"어서 오세요. 어떤 걸로 드시겠어요?"
하릴 없이 늘 마시던 에스프레소 콘파냐 한잔을 주문하고서
낡은 쇼파 위로 몸을 내던진다
올드팝이 카페 안을 가득 채우고
개개의 쇼파 위로 각각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도시의 오후라는 건 별 다를 것 없이 나른한 법이라
각자의 삶에 끼어들고 싶은 욕망이 샘솟게 마련이다
큰 유리잔에 나온 에스프레소 콘파냐에 눈을 맞추며
옆자리의 대화에 불쑥 끼어든다
그들은 모를 것이다
객체의 대화 참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