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안 깊숙이 웅크리고 있던
김장김치 한 포기를 꺼내어 등을 두드린다
어찌나 웅크렸던지 좀처럼 기지개를 못 켜다
살짝이 두드리는 손끝에 겨우 고개를 든다
갖은양념 묻어있는 몸을 털어다
도마 위 가지런히 놓고 험상궂은 부엌칼로 썬다
삭- 삭-
탁! 탁!
멸치 몇 마리 헤엄치고 있는 냄비 속으로
동그랗게 깎아둔 무 두어 조각
네모나게 잘라둔 다시마 툭툭 털어놓고서
쫑쫑 썰어둔 김장김치 무심히 밀어 넣는다
아침상 물리고 난 뒤 놓아둔 식은밥 두덩이
숟가락으로 박박 긁어 넣고서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그 가운데 풀어본다
그리 화려할 것도 없이
그저 진득하게만 끓여내는 밥국
어매는 배가 곯아 우는 새끼들 뭐라도 멕일까 싶어
남은 찬거리 몰아다가 밥국을 끓였었지
조금이라도 괜찮은 날은 참기름 한 두 방울
그렇지 않은 날은 김칫국물 한 바가지
서툴게나마 어매 마음 표현하던 그 밥국
애 셋 낳은 선녀 날개옷 입고 떠날 적
급하게 밥국 먹다 속 데인 나뭇꾼
밥국 밥국 원망스레 우는 밥국새로 태어나
아직도 선녀 잊지 못해 밥국 밥국 울고 있다
가을 하늘 멀었는데 벌써부터 코끝 시린 날
밥국 한 사발 그리운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