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껍데기 온몸을 웅크린 나무는
빛나는 여름날의 햇살을 추억하듯
붉은 설움을 토해내었다
⠀⠀⠀⠀⠀⠀⠀⠀⠀⠀⠀⠀
매서운 바람에 갈라진 속살마저 파헤치고 있었고
길 잃은 잎새는 어느 망국의 노래처럼
길거리마다 나뒹굴고 있었다
⠀⠀⠀⠀⠀⠀⠀⠀⠀⠀⠀⠀
땅속에서부터 끌어올린 수액은
이름 모를 벌레들의 한철 나기에 불과했다
⠀⠀⠀⠀⠀⠀⠀⠀⠀⠀⠀⠀
진실을 거부한 세상은 칼날보다 차가웠고
남몰래 숨죽여 우는 나무들은 그렇게
나뭇잎 한 장까지도 떨구어내며
온몸으로 겨울을 맞이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