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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씀 Aug 13. 2019

계절에 나이가 있다면 지금은 청춘.

울적한 시간이 지속될 때면, 화창한 날 햇살에 잘 구워진 구름이 내 마음 같기를 바라기도 한다. 무척이나 바쁜 시기에는 눈을 감고 그저 일주일 정도만 쉬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내뱉곤 하지만, 막상 기나긴 휴식이 주어질 때면 무엇이라도 해야겠다는 강박증, 불안함이 어깨 위로 내려 앉아 내 자신을 내가 괴롭히는 모양새가 된다. 불안한 마음에 괜히 지나간 인연을 들추어 무심한 듯 연락도 해보고, 낮 시간이 되어선 바깥 구경을 한답시고 집 근처 공원을 배회하기도 하지만 그것도 하루 이틀이면 물려서 마치 편식을 하는 어린 애처럼 멀찌감치 밀어두기도 했던 과거의 시간이 떠올라 그마저도 멈칫해버린다. 여름의 더운 입김이 몸을 휘감으면 갈증이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꽁꽁 싸맨다. 얼음 한가득 담긴 유리잔에 커피를 담아 홀짝거리는 시간이 즐겁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원초적 갈증에 또 뭔가 해소할만한 것을 찾곤 한다. 몽롱한 오후 시간 즈음이면 병든 닭마냥 꾸벅꾸벅 졸다 또 무언가에 쫓겨 화들짝 잠에서 깬다. 삼세번의 복날 중 마지막 복날이 남은 때, 바깥은 무척이나 잘 익은 한창의 여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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