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죽음을 마주한 날

by 권씀

아침에는 비둘기가
저녁에는 쥐가 죽음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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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이 점심 무렵에는
리어카에 폐지다 뭐다 해서 잔뜩 싣고
도로 옆을 아슬아슬하게 걷는 노인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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쌩쌩 지나는 차에서 고성과 욕설이 들렸고
인도를 거니는 몇몇의 무리는 혀를 끌끌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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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내 삶에 관여되지 않으면
고성과 찐득한 삶이 한낱 풍경이자 찰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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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생을 이어가는 이들의 마지막이
보금자리가 된다면 하나의 위로 거리가 될까
위로하는 법은 쉽게 잊어버렸고 잔뜩 날을 세운다
오만과 편견은 일상이 되어 습관으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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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로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세상에
새가슴을 가진 이들은 그저 하루살이처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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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련 어쩌면 집착일 수도 있겠다
지나가겠거니 하는 것들을 부여잡고 생을 잇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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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껏 무심코 지나갔던 길을 되돌아보니
내가 밟아 으스러진 낙엽이 붉게 울부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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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랗게 익은 것들은 이미 제 몸을 내던졌고
아직 새파란 것들은 그래도 살아보겠노라 버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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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는 비둘기가
저녁에는 쥐가 죽음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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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현틋 울컥 올라오는 것에 사레가 들려
속엣것들을 뱉으려 토악질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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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릿한 밤공기가 서늘하게 등을 떠민다
발길을 재촉하고 재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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