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내내 세상은 고동빛이었는데 오늘은 회색빛이다. 말간 하늘 아래 나뭇잎 사이로 비친 햇살이 고동빛을 내비치고, 방금 씻고 나온 것 같은 하늘 아래 가을이 물들었더랬다. 주말을 보낸 뒤 출근을 하기 싫어하는 직장인들의 마음을 알아주는 양 말간 하늘은 지친 얼굴을 하고서 대지 위로 엎드렸다. 물기 어린 나뭇잎은 제 무게를 이기지 못해 땅으로 곤두박질친 지 오래고, 어느샌가 발아래 밟히는 것들은 노랗고 빨갛고 진하게 멍이 들어버린 것들이다. 가을의 낯빛이 어두운 하루에 사람들은 잠깐의 바람이 옷 틈새로 들어올까 봐 잔뜩 웅크리고 종종걸음을 걷는다. 대낮의 길이가 짧아진 때, 어둠과 친숙해지기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오들오들 떨 즈음 따뜻하게 데운 술 한 잔을 나누면 좋으련만 곁에 있는 것은 외로움뿐이다. 어쩔 수 없이 오늘도 한잔 마셔야 하는 그런 날이다. 오늘은 회색의 낯으로 술을 마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