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by 권씀

책은 계절을 타지 않아 제각각 정해진 두께 없이 책장에 꽃혀 있다. 책장에서 제법 두꺼운 책을 꺼내 본다. 옷장에서 옷을 꺼내보는 일보단 비교적 덜 소모적이다. 계절이 바뀐다 해서 책장에 꽃힌 책들을 일일이 꺼내어다 자리를 바꾸진 않으니까. 익숙하진 않아도 꽤 부담 없는 게 책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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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어느덧 9월도 끝물이다. 축제다 뭐다 해서 꽤 바빠지는 시기이기도 하지만 대체로 갈무리를 하는 시기이기도 하지. 아침저녁으로 꽤 쌀쌀해진 날씨 탓에 사람들의 옷차림새엔 낙엽 두어 장 정도의 두께가 보태졌다. 더운 게 어제인데 오늘은 이런 서늘함이라니. 그러고 보면 같은 하늘이라 생각을 했는데 하늘도 계절을 타는 건지 드높아졌다. 이렇게 또 하늘과 땅 사이엔 서먹함이 감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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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흐른다는 건 참 야속할 때도 후련할 때도 있다. 올해의 내 시간은 야속함인가 후련함인가. 아직 얼마간의 시간이 남았지만 얼른 지나갔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삼재라는 게 넘어가야지 싶다가도 무시는 못 하는 거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신경이 쓰인다. 양력으론 3개월, 음력으론 5개월. 그래, 금방이겠지. 한껏 낮아진 하늘이 이렇게 가늠도 힘들 정도로 높아진 걸 보면 시간이 약인가 싶다. 아득하게 눈에 닿을 만큼 높아진 하늘처럼 그렇게 높아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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