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장마다. 이런 날엔 어김없이 술과 담배 생각이 난다. 푸르스름한 저녁 공기 사이로 빗방울 하나둘 떨어지며 옷깃을 적시면, 지나버린 여름은 언제였을까 싶을 만큼 깜짝 놀랄 차가움이 몸을 감싼다. 꼭 이럴 땐 지난 영화, 지난 노래, 지난 사람이 생각난다. 서로가 서로에게 소홀했던 기억, 정답게 웃으며 술 한잔씩 나누며 고민을 털어놓던 그 시간들. 차창 밖으로 우산을 든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후드득 쏟아지는 빗줄기에 후다닥 뛰쳐나가는 모습들에 또 생각에 잠긴다. 따뜻하게 데운 어묵탕 국물에 술 한잔 기울여볼까 싶어 휴대전화 속 이름들을 하나씩 나열해본다. 소홀해지지 않으리라 마음을 먹어도 산다는 게 참 녹록지 않아서 가방 속으로 다시 집어넣고 만다. 괜한 연락은 아닐까 싶어서. 차창 밖으로 비가 쏟아진다. 가을장마 속 술 생각이 깊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