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시선

장례 풍경

by 권씀

네모 반듯한 액자에 검은색 줄 두 개

향냄새가 쓸쓸히 피어오르는 하얀 국화 옆으로

왼팔에 삼베 띠를 두른 이들은 슬픔을 감추지 않고

가운데서 손님들을 맞이하는 이만이 웃음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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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데 누워있는 향 하나를 빼어 들고
사그라져가는 향 옆에 조심히 세워둔다
뒤로 물러나 고개를 숙이고 절 두 번
그렇게 복잡한 듯 간단한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삼베 띠를 두른 이들을 달래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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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들 고생하지 말라고 주무시는 중에 돌아가셨어
연세가 워낙 높으셨으니 가실 때 된 거지
호상이지 호상이야
얼마간은 슬프겠지만 가시는 걸음 무거우니 너무 잡지는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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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길 떠난 이보다
남아서 슬픔을 감당해야 하는 이들을 달래주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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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기 머금은 감정들을 한데 모아
같이 눈물짓기도 허허 웃음 지으며 그렇게 자리를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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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시간이지만
사는 핑계로 자주 못 보던 이들과
인사를 나누기도 하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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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았냐며
연락을 하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말을 건네고
괜찮다는 말과 함께 손을 다시 잡아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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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무거움을 감당하기 어려운 아이들은
이리저리 뛰어다니거나 칭얼거리고
슬픔을 감추려 술을 연거푸 마신 이들은 울기도 웃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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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소리가 나도 괜찮고 울음, 웃음이 나도 괜찮다
어차피 다 그렇게 사는 세상 아니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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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먼길 떠나는 이가 쓸쓸하지 않도록
다독여주면 될 그런 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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