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산 아래 늦가을의 자취가 남았다
오르막길을 오르는 사람들은 점점 고개를 숙이고
내리막길을 거니는 사람들은 점점 발걸음을 늦춘다
계절에 속도가 있었더라면
가을은 늦게까지 미련을 남겨두었을까
서둘러 오는 겨울을 만류하고서 그렇게 오랜 시간 머물렀을까
계절의 체온은 일정치 않아 서로에게 적응시간이 필요한 걸지도 모르겠다
붉은 기운 조금 남기고 저만치 멀어지면 고동색 물결이 일렁이고
햇살 강하게 내리쬐는 나무들 위로 구름이 손길을 흔든다
설산 아래 미련을 떨치지 못한 계절이 서성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