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시선

본능

by 권씀

비척거리는 걸음으로 흰 땅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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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마주친 붉은 해는
어느새 머리맡 위에 자리잡고 몹시 이글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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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복이 쌓인 눈은 걷던 걸음 멈추게 하고
사박사박이 아닌 푹푹 소리가 찌걱이는데
도저히 사방이 분간되지 않아
바다 내음 어렴풋한 쪽으로 하염없이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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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온 길 문득 그리워 뒤돌아볼까 멈칫하다가도
아니다 하는 마음 모질게 먹고 하염없이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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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속까지 들이닥치는 모진 바람에
훌쩍이는 일조차 사치라 여기며
낳아준 이 걷던 그 길을 하염없이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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