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시선

불면증

by 권씀

오렌지 향 배인 햇살 하나
지상을 비추는 시간이면
하루가 슬며시 녹아든다

커피 볶는 냄새는 저멀리 흩어지고
푸푸 짧은 숨을 뱉어내는 압력밥솥이
궁둥이를 들썩이며 속을 데운다

긴 그림자 이끌고서 집에 다다르면
풀썩 앉아 밥상과 마주하기가 어찌나 고된지
TV 속은 여전히 대낮처럼 무언갈 쏟아낸다

지루한 밥상을 물리고서 약을 먹는다
이 약을 먹으면 잠이 쏟아질 거란
의사의 친절한 말은 소용이 없다

기대치라는 건 항상 높다
그래서 실망도 높아지기 마련이다

전전긍긍이라는 걸 몸으로 느끼는 시간
밤은 깊어지다 못해 어슴푸레 밝아지는데

잠이 쏟아져야 할 시간
올빼미 하나 전전긍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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