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시선

여름 나기

by 권씀

매미 재잘대는 소리에 선잠을 깨어 두리번거린다

장마가 끝난 뒤 찾아오는 더위에
한낮 땡볕을 쬐다 까무룩 드는 잠은 얼마나 달큰한지

무화과가 점점 익어가는 이 계절에는
낮이나 밤이나 풀벌레 소리가 퍽 정겨운 법이다

개구리 요란스레 떠들어대는 시간이 되면
빨갛게 달아오른 불빛은 왜 그리도 몽롱한 건지

청포도 무르익어 땅으로 떨어지면
땅을 벗삼아 사는 것들은 더위를 잠시 잊을 수 있다

이제는 밭 가운데 원두막 서있던 풍경은 사라졌지만
기억 속 여름은 여전하고 그대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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