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소리없이 쌓여간다. 밟고 나서야 비로소 얕은 소리가 나겠지. 사박사박 혹은 서걱서걱. 처음 눈을 밟은 것들은 어떤 느낌이었을까. 시렸을까. 서러웠을까. 포근했을까. 사박거릴 즈음엔 꽤 쌓였을테고, 서걱일 즈음엔 꽤나 녹았을테지. 눈이 쌓인 어떤 동네는 빙판길이 되어 차가 오르질 못하고, 또 어떤 동네는 메마르기만 해서 칼바람에 옷을 여미는 이들이 거닐고, 그런가하면 또 어떤 동네는 아무런 기척도 없었다지.
늙지 않고 익어간다는 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해는 저물어가는 한편 뜨겠지만, 나이는 그렇지가 않잖아. 나이먹는 만큼 속이 푸근히 익어가면 얼마나 좋을까.내 잣대를 높이 세울수록 멀어지는 건 너와 나의 거리. 우리의 연결고리는 내 에코백 끈의 열쇠고리처럼 걸음에 맞춰 달랑거리다 끝내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툭 떨어진 걸까. 우리가 거닐었던 그 거리엔 지금쯤 눈이 내릴까. 아니면 그날 그 새벽처럼 취객 두엇이 전봇대를 부여잡고 하루를 게워내고 있을까. 아는 이였으면 한없이 등을 두드려줬을거야. 적당한 토닥임이 널 위로했으리라 믿은 그 어느 새벽처럼. 눈이 한껏 내렸다는 소식에 눈을 부비고 나갔던 오늘 아침 마주한 건 쌀쌀한 공기뿐이었지. 아. 오늘도 이렇게 또 생각을 한다. 늙지 않고 익어가는 마음은 늘 머무르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