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시선

겨울 소리

by 권씀

휑-
꾸역꾸역 싸맨 옷깃에 겨울바람 파고들면
겨우 채운 온기는 어디로 가버리고 허기가 져

참 묘하기도 하지
온몸을 뒤흔들리면 마음도 뒤흔들리는 게

발 두쪽 따스하면 잃었던 온기가 다시 올 것 같은데
온기 따라 가버린 허기는 그리 쉽게 오질 않아

그럴 때면 어쩌겠어
허기를 채우는 것 밖에 답이 없는 걸

얇게 편 반죽 속 예전의 계피향 느끼기 어려워졌어도
바싹 튀겨낸 호떡을 허겁지겁 먹다보면
조금씩 흘러내리는 진득한 설탕물에 입을 데긴 해도
주렸던 허기를 어느정돈 달랠 수 있지

허기를 채우면 잃었던 겨울 소리가 조금씩 들려와

끼익끼익 마을버스 걸음 떼는 소리
타닥타닥 아이들의 추위 피하는 소리
푸우푸우 겨울볕 아래 리어카 끄는 노인의 숨소리
쎄에쎄에 마스크 끼고 걸음을 옮기는 사람들의 숨소리

겨울바람에 얼었던 소리들이 허기를 넘어 조금씩 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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