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겨를 벗겨내지 않은 알곡으로 밥을 짓는다
물에 불리지 않고 대충 씻어낸 그런 알곡
물은 자작하게 채우지만 설익은 밥을 짓진 않는다
소화가 어려운 밥을 지어본다
잘 지은 밥을 먹는 건 나도 좋지만
누군가에겐 쉽게 뺏어먹을 수 있는 그런 밥이니까
채 정돈되지 않은 낱말을 펼쳐놓고 골라본다
글이 좀 텁텁하고 까끌하겠지만 그래도 괜찮아
매끈한 문장 여럿을 놓고 견주어보고 나열하다
그 누군가에게 알짜배기를 뺏기는 것보단 나으니까
짓긴 어려운데 슬쩍하긴 쉬운 글의 시대
결국 내 밥그릇은 내가 지켜야만 하는 그런 시대
오늘도 소화가 어려운 글을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