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시선

내일은 바다로 발걸음을 옮겨볼까봐요.

by 권씀

언젠가의 그 바다엔 놓고온 감정이 남아있어요.

피서객들이 마구 버린 것들이 너저분하게 널려있고, 해변을 서성인 모든 것들의 잔해도 남아있지만, 그보다 더 많이 남은 건 바다를 찾은 이들의 기억과 감정들이겠죠.

내일은 바다로 발걸음을 옮겨볼까봐요.

사실 바다에 가도 별다를 건 없죠. 멍하니 파도를 보다가 나에게로 향하면 슬쩍 피하고, 싸구려 과자에도 달려드는 갈매기떼를 보고, 또 다른 사람들의 모습을 보기도 하구요. 내 몸 하나 쉽게 머무를 곳은 아니죠.

그래도 내일은 바다로 가볼까봐요.

별다를 것 없는 바다지만 무언갈 생각하지 않고 그저 바라만 봐도 좋죠. 커피 한 잔을 들고서 한참동안 앉아있는 것도 괜찮구요. 한참을 머무르고 있노라면 눈에 들어오는 건 갈매기도, 사람도 아닌 바다의 움직임이에요. 머무를 듯 말 듯 수없이 흔들리는 파도가 머무르는 그 바다의 움직임 말예요. 어쩌면 감정이 수없이 흔들려도 내면 깊숙한 곳엔 중심을 잡으려는 내 모습 같을지도 모르겠어요. 바람이 바다의 살갗을 무심히 어루만지면 거센 파도가 일겠지만, 결국 하나의 움직임에 지나지 않죠.

내일은 감정을 놓아둔 그 바다로 가볼까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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