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시선

섭리

by 권씀

오랜 돌탑 머리맡엔 초록빛 세월이 내려앉아
겨울 속의 봄날을 그리워하네

섭리라는 건 때론 가혹한 것

세월의 흐름에 몸을 맡기다보면
어느샌가 하얀 서리 속 내 모습 초라해지는데
돌탑은 어디에도 말을 터놓고 할 곳 하나 없어
전전긍긍 제 살갗만 바스라진 채로 하루를 견디지

돌탑의 어깨에 새 한마리 앉는 날 오면
그제서야 냉가슴 쓸어내리고 말을 할까

겨울은 한창인데 봄이 서둘러 마실 나온 날
돌탑은 외로이 하루를 보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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