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시선

獨夜

- 고독의 밤

by 권씀

머리를 감고 나서 대충 물기를 털고 겨울날의 찬바람을 맞을 때 그 꿉꿉한 느낌이 좋아요. 바람에게 손가락이 있다면 그 바람의 손가락이 머리카락을 파고들 때 복잡했던 생각을 정리해 주는 느낌이거든요. 고독이라는 게 참 좋다가도 너무 아플 때가 있어요. 그래서 일부러 분주함을 찾기도 하는 건가 봐요. 그러다 잠깐의 짬이 날 때 금방 내린 커피 한 모금을 하면 적막 위에 놓인 느낌이죠. 누군가는 그럴 거예요. 고독이라는 건 때로는 즐기는 것도 필요하다고. 날 찾아오는 고독에게 형체라는 게 있었다면 꼭 안아줬을지도 모르죠. 너도 외롭구나. 그랬구나. 외로웠구나. 그 말들을 꾹 삼키면서 꼭 안아줬을지도 모를 일이죠.


겨울바람이 내 주변을 미친 듯이 배회할 때, 앙상한 겨울나무에 달린 마른 나뭇잎이 된 기분이에요. 나는 어디엔 가라도 매달려 있는 걸까?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하죠. 바람은 그저 제 갈 길을 갈 뿐인데 나는 그 바람에 너무 큰 의미를 담고 있는지도 몰라요. 바람은 그저 나를 스쳐갈 뿐인데 말이에요.


바람이 서글프게 스치는 겨울밤이에요. 어쩌면 바람이라도 내 마음을 알아주는구나 싶기도 하죠. 외로운 이, 마음이 허전한 이, 정처 없이 흘려보낸 지난 시간에 후회를 하는 이, 그 모든 이들에게 오늘 부는 서글픈 바람이 조금이라도 근심을 덜어내는 밤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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